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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25일 Facebook 첫 번째 이야기

ㄹl브ㄱL 2012. 10. 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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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콩나물 
     
    전주콩나물국밥집  
    다른 집보다 천 원이 비싸다하니 주인아주머니 벽에 붙은  
    광고지를 가리킨다  
     
    콩싹이 3cm쯤 자랐을 때 뒤집어 키운 콩나물이란다  
    키가 3cm라면 아직 세상물정도 모르는 어린것들인데  
    피가 거꾸로 돌도록 물구나무를 세우다니, 
    재배장치로 발명특허를 받은 콩나물은 잔뿌리가 없다. 그것은  
    아직 첫발도 떼지 못했다는 것  
     
    거꾸로 자라  
    저항력이 생겨서 농약을 치지 않았다는데, 그 저항력을  
    뒤집어 보면 악착스럽고 모질어졌다는 말  
    살기 위해 오기를 부렸다는 말  
     
    입도 떨어지지 않은 것들, 얼마나 독심을 품었으면  
    뿌리조차 썩지 않으랴  
     
    콩켸팥켸 뒤섞여 머리만 키운 콩나물 
    아삭아삭 씹힌다  
    피가 거꾸로 돌기 시작한다  
     
    - 마경덕, '거꾸로 콩나물' - 
     
    오기로 버텼다는 말, 악착같이 살았다는 말. 
    언뜻 들으면 보통내기는 아닌 듯 들리는 그 말. 
    그러나 삶은 이런 자세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느슨해졌다가, 바짝 죄었다가 반복해가면서 
    자신을 다듬어가는 것이 삶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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