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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푸드>미더덕, 내 심장의 ‘지휘자’

ㄹl브ㄱL 2013. 4. 11. 12:02

<힐링푸드>
미더덕, 내 심장의 ‘지휘자’
혈관속 콜레스테롤 개선… 心搏 규칙적으로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

경남 창원 앞바다의 특산물인 미더덕은 3월부터 5월까지가 제철로 향이 풍부하고 영양가도 가장 높다.
앗 뜨윽∼. 김이 펄펄 나는 매운탕 국물 잘못이 아니다. 엄지손톱만 한 미더덕이 만들어낸 비명이다.

멋모르고 집어들어 후후 불어가며 입안에 넣었는데 ‘팍’ 하고 터진 미더덕 껍질 사이로 나온 짭조름한 물은 혀에 화상을 입힐 정도로 뜨겁다.

그래도 숟가락은 계속 ‘속’이 뜨거운 미더덕을 향한다. 왜일까. 비록 작지만 톡 쏘면서도 상큼한 향, 그리고 노란 살점과 함께 오도독 씹히는 껍질의 질감이 유별나기 때문이다.

‘바다의 더덕’이라는 미더덕이 요즘 제철이다. 남해에선 축제(창원진동미더덕축제·12일 개막)도 열린다. 미더덕이란 이름은 물에서 나는 더덕이라고 해 붙은 이름이다. 이는 물의 옛 소리가 ‘미’였다는 주장에 근거한 것으로 물에서 나는 나리라고 해 미나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런데 어민들은 한술 더 떠 미더덕에 ‘바다의 더덕’이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붙여줬다. 과연 미더덕은 육지의 더덕만큼 영양가가 높은 음식일까.

우선 미더덕 성분부터 보자. 최근의 한 연구결과는 미더덕이 혈중콜레스테롤을 개선해 고혈압 치료 등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콜레스테롤 배설에 도움이 된다는 타우린(320㎎/100g)과 다가 불포화지방산(전체 지방산 중 40.2%)이 미더덕에 다량 함유돼 있으며, 껍질에는 섬유소가 4.53% 있어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의 경우 오징어나 낙지 등의 어패류에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 성분으로 체내에서 콜레스테롤의 섭취를 방해하고, 혈압의 조절, 항산화 및 항염 작용이 있는 것으로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미더덕의 효능을 부정맥과 연결지을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 효과 때문이다.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심장박동을 조절하는 전기장치, 즉 동방결절에도 문제를 안고 산다. 사실 분당 60회씩 수축, 이완작용을 반복하는 심장 근육에 피를 전달하는 관상동맥이 막히면 심장의 근육세포들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리고 심장박동을 조절하는, 전기발생 기관인 동방결절도 주변 근육 움직임의 부조화로 역시 자연스럽게 손상을 입기 마련이다. 따라서 관상동맥 질환을 예방하는 미더덕이 부정맥 예방에도 유익하다고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타우린 외에도 미더덕에 함유돼 있는 각종 아미노산들 역시 부정맥 등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다. 특히 미더덕의 라이신과 메티오닌 등의 아미노산은 심장근육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성분이라고 알려진 카르니틴을 합성할 때 필요한 아미노산들이다. 카르니틴은 심장발작 등 심장관련 질환을 예방해준다.

이 밖에도 타우린의 황 성분은 역시 미더덕에 풍부한 아스파라긴과 함께 간 해독에 결정적 작용을 한다.

이와 함께 미더덕에는 연어, 송어 등의 어육에 있으며 붉은색을 띠게 하는 카로티노이드 역시 많이 들어있다. 카로티노이드는 동식물의 면역체계를 형성하는 강력한 산화방지 물질로 인체에서도 뛰어난 항산화 효능을 보여준다.

한편 매운탕이나 된장국을 끓일 때 미더덕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는 미더덕의 아미노산 성분인 글리신이나 글루탐산이 감칠맛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이상한 모양의 해양생물로 굴 양식의 훼방꾼 정도로 취급해 온 미더덕을 오래전부터 경남 창원 인근의 해안을 중심으로 즐겨 먹었던 것도 그 특유의 감칠맛 때문이다.

미더덕을 먹으며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항이 있다. 바로 미더덕 내부에 있는 액체인 짭조름한 물의 정체다. 이 액체는 미더덕이 바닷물을 빨아들여 플랑크톤이나 미네랄을 걸러서 흡수하는 과정에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바닷물과 비슷한 조성이며, 약간의 영양성분만이 차이를 보인다. 먹어도 큰 문제가 없다.

또 미더덕에는 멍게와 비슷한 피막이 있는데 섬유소로 구성돼 있어 잘 씹히지 않는다. 대부분 뱉어내지만 먹어도 된다. 미더덕 껍질은 식이섬유와 마찬가지로 콜레스테롤이나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흡착해 배설해주는 역할을 한다.

한편 콘드로이틴 황산이라는 성분도 미더덕 껍질에 존재하는데 이는 피부미용과 관절 건강 등에 효과가 있다고 최근 보고돼 주목을 받고 있다.

<도움말=이승철 경남대 식품생명학과 교수>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