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프랑스모음곡>은  널리 알려진 그의 다른 피아노곡에 가려 그 광채를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스케일에서는 같은 춤곡 계열인 <영국모음곡>에 뒤지고 유명도에서는 <골드베르크변주곡>에 앞 자리를 양보한다. 그러나 삶이 아주 따분하고 무료하다고 느낄 때 바흐 피아노곡에서 딱 한곡만 선택해 들으라면 나는 아마 <프랑스모음곡>을 골라 들을 것 같다. 한참 잊고 지내다가 오랜만에 굴드의 연주로 들으니 새삼 이 곡이 뿜어내는 영롱한 광채를 느끼게 된다.

 

이 곡은 6곡으로 씌어졌는데 곡마다 색채가 조금씩 다르며 후반 구조도 바꾸고 있다. 모음곡의 기본축이 되는 알르망드,쿠랑드,사라방드,지그를 제외하곤 미뉴에트, 부레, 가보트 등을 바꿔 사용하는 것이다. 음악에서 느끼는 "심미적 감흥" 혹은 "미적 쾌감'이란 말이 허용된다면 바흐의 이른바 세속음악 가운데 그점에서 이 곡이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모음곡 형식이 프랑스 오페라의 무용음악에서 유래한 건 잘 알려진 일인데 간결한 형식 속에 분방한 악상을 그려낸 이곡은 모음곡의 한 전형인 셈이다.

 본래 제대로 듣자면 70분 이상 소비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6번의 전반부에 그친다. 굴드는 바흐 작품에서 특히 빛을 내는데  그가 조금 나이 든 후 연주한 이 <프랑스모음곡> 연주는 초기에 비해 유연해졌다 해서 아주 높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