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보드

[명시] 꽃을 위한 서시 / 김춘수

ㄹl브ㄱL 2006. 4. 13. 01:51





    
    
        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塔)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金)이 될 것이다. ..... 얼굴을 가린 나의 신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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