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되면 간직하고 있는 LP판 하나를 턴테이블에 걸곤 한다.
1969년 바리톤 서인석 선생님의 슈만 가곡집 '시인의 사랑'.
나의 삶에 영향을 끼치신 많은 스승님들이 계시지만, 고교 1학년 때 음악을
가르치신 바리톤 서인석 선생님 또한 잊을 수 없는 선생님중 한 분이시다.
1학년 1학기 때 실기시험 곡이 슈만 가곡 '시인의 사랑' 제1곡 '아름다운
5월이 오면' 이었는데 첫 소절을 넘기기 어려웠다. 한반에서 전곡을 틀리지
않고 다 불렀던 친구는 1-2명, 대부분 첫소절을 못 넘기고 내려가야 했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때문에 여름방학 숙제로 내주신 명곡 100곡을
듣고 감상소감문을 적어내야 했다. 2학기때 실기시험 곡목은 슈베르트의
'음악에 부쳐(An die Musik)' 역시 첫소절을 넘기지 못했다.
그해 겨울방학도 어김없이 명곡100곡 감상문...
선생님께서는 너무도 엄격하시고 철두철미하셔서 감히 근접하기 어려웠지
만, 선생님이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에서 슈만의 '시인의 사랑' 독창회
에서 선생님 내면의 따뜻한 감정의 흐름에 요즘 얘들 쓰는 말로 뻑갔다.
눈물이 날 정도로... 그리고 얼마 후 이 앨범을 내셨다.(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신 독일 가곡을 우리말로 부른 앨범으로, 듣는이에게 노래의 의미의
전달을 쉽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말씀하셨다)
고교 2, 3학년 때는 대학입시로 음악수업은 거의 없었고, (선생님은 이 점에
대해 무척 불만이셨고 속상 해 하신 걸로 기억한다) 졸업하기전 선생님은 다
른 학교로 전근가셔 졸업앨범에도 사진이 없지만, 선생님이 38년 전에 남기
신 이 앨범은 나를 고교시절 시민회관에서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시는 선생
님의독창회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한다.
선생님의 깊고 높으신 은혜 늘 잊지 않고 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徐仁錫(1933 ~ ) 바리톤, 서울대 음악대 성악과 졸업, 서울 오페라단 창
립공연 리골레트 몬테로네 백작역, 오페라 춘향전 출연. 동경올림픽 보이스카
웃 예술단원, 일본 순회공연. 후배 양성을 위한 고교 음악교사로 진력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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