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는 툇마루 끝에 앉아 장갑을 고르십니다.
나무를 하러 가시려나 봅니다. 오늘은 저도 멀찌감치 따라 나서 봅니다.
산그늘에는 아직 눈이 남아있는데 할배는 산신각을 지나 가파른 산언덕을 오르시네요.
제가 뒤 따라가는 기척을 느끼시고는
-그만 가소, 다리도 성찮은데. 하시고는 몇번이나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십니다.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자 할배는 <어이 좋다>하고 혼자말을 하시더니.
거의 산 능선까지 올라가서야 지게를 내리십니다.
할배가 멈춘 곳은 커다란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져 있습니다.
할배는 낫으로 잔가지들을 쳐내고 톱으로 나무를 지게에 싣기 좋게 자릅니다.
할배가 나무를 베는 동안 저는 소나무 숲을 둘러 봅니다. 숲은 하늘이 보이지 않게 밀밀하여
햇살이 잘들지 않고 수북히 쌓인 갈비들은 20cm 는 족히 되지 싶습니다.
그래서 소나무 숲에는 다른 풀이나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소나무 숲에 기생한다고 하는 노루발이 푸른 잎을 내고 있고
여기 저기 토끼똥이 흐트러져 있습니다. 산짐승들이 다니는 완만한 경사길도 보입니다.
할배는 지게에 나무를 다 채우고도 계속 주위에 잡목들을 낫으로 쳐주시고 잔나무 가지를 모아 두십니다.
- 할배 그만 가 추워.
땀이 식으면서 몸에 한기가 느껴져 내려가자 재촉하지만 할배는 들은 척도 안하십니다.
말 수가 없으신 이곳 어르신들께서는 답을 할 필요가 있을 때만 답을 하신다는 것을 압니다.
한참 만에야 할배가 지게를 지고 일어서는데 산 아래쪽에서 할매가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기력이 없으신 할배가 나무를 지고 내려오다 지난해처럼 미끄러져 다치시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따라 올라 오신것입니다. …
할배는 반가운 기색도 없이 지게를 지고 산을 내려가시고 할매는 그 뒤를 멀찌감치 뒤따라 가십니다.
세상은 날마다 새로움을 찾아 질주하는데 80년을 한결 같을 뿐 다름이 없는 나날들, 계절들입니다.
<할배집 광과 마당에는 온통 장작으로 쌓여있습니다. 할배는 마치 조각가가 조각품을 대하듯,
결의 흐름을 흐트리지 않고 장작을 쌓아두십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쌓아둔 장작을 보고 앞으로 몇년은
나무를 하지 않아도 될거라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그것이 슬픔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 지난번 보내드린 영상의 새는 물을 먹고 있는 새만 빼고 모두가 오목눈이라고........
... 많은 분들이 지적하여 주셨습니다.....................어쩐지 눈이 오목하다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