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의 '아름다운 저녁 (Beau Soir)' Debussy, Beau soir song for voice & piano, L.6
Lorsque au soleil couchant les rivieres sont roses Et qu'un tiede frisson court sur les champs de ble, Un conseil d'etre heureux semble sortir des choses Et monter vers le coeur trouble.
지는 태양이 시냇물을 연분홍으로 물들이고 가벼운 떨림이 밀밭 위를 스쳐 지나갈 때, 행복하라는 충고가 만물에서 일어나 번민하는 마음 위로 올라오는 듯하다.
Un conseil de gouter le charme d'etre au monde Cependant qu'on est jeune et que le soir est beau, Car nous nous en allons, comme s'en va cette onde: Elle a la mer, nous au tombeau.
세상에 존재한다는 매력을 마음껏 맛보라고 충고한다. 아직 젊음이 있고, 저녁이 아름다운 동안에. 저 물결이 흘러가듯, 우리는 떠나가기 때문에. 그들은, 바다로. 우리는, 무덤으로.
[ Poem by Paul Bourget ]
시냇물이 연분홍빛으로 물드는 어느 여름날 저녁, 흐르는 물결을 말없이 바라보며 옛 추억에 젖어드는 벤치의 두 사람...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연인일 수도 있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나 첫사랑의 감회를 나누는 노년의 남녀라는 느낌이 든다. 지난날의 회한과 미련을 안타깝게 탄식하는 대신 남아있는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누려가는 게 중요하다. 드뷔시의 가곡 '아름다운 저녁'은 꿈꾸는듯한 환상적인 선율과 화성으로, 아직 열정이 남아있고 저녁이 아름다운 순간,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듯 우리도 무덤으로 떠나기 전에 세상에 존재한다는 매력을 마음껏 맛보라는 여유와 관용을 노래한다. 조용하고 정직하게, 그러나 어딘가 쓸쓸하게...
상징주의 음악의 창시자이며 20세기 음악의 새 진로를 개척한 혁명가라는 소리를 듣는 드뷔시(Achille Claude Debussy, 1862-1918, 프랑스)는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운 정서를 詩처럼 또는 인상파 그림처럼 표현하는 개성 넘치는 작곡가다. <목신의 오후 전주곡>이나 <교향시 바다> 같은 곡이 대표적인데, 그의 가곡 또한 감각적인 조성과 뛰어난 서정성으로 크게 매혹된다. 음악적 취향은 자꾸 바뀌는 건가, 관현악곡이나 오페라도 좋지만 근래에는 소품에 속하는 이런 가곡에 자주 몰입된다. 듣기 쉽지않은, 정말 근사한 가곡을 만날 때는 며칠을 계속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