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든,차이꼽스끼 등 <종달새>를 노래한 곡들이 많은데 글린카의 노래를 발라키레프가 피아노곡으로

만든 이 짧은 곡이 내게는 가장 인상적이고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염없이 슬프고 고적한 분위기의 음악이다. 자연과 사랑을 노래한 곡이라고 여기저기 써있는데 그게

좀 막연하고 바실리에프 쿠코린크의 시의 가사를 노래에서 차용했다 하는데 그 가사마저 알 길이 없다.

감상자의 자유로 말하자면 이별 혹은 죽음으로 인한 고별의 이미지마저 이 우수에 가득한 선율에서

감지된다.

황량한 러시아 지방 평원을 거닐어 본 사람이라면 이 처연한 멜로디가 그곳 비어있는 들판의 쓸쓸한

분위기를 가장 잘 그려내고 있는 것을 알 것이다. 글린카도 그렇고 발라키레프도 가장 러시아 서민의

정서에 가까이 닿아있는 작곡가들이다.

 

 내가 이 곡과 유난히 친해진 것은 05년도 러시아 방문때 안내자로 만났던 피아노 유학생 때문이다.

여학생인데 12~3년째 그곳에서 피아노수업을 받고 있었다. 그녀가 자기 녹음이라며 음반 한장을 건

넸는데 거기 이 곡과 <호도까기 인형>의 몇곡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내가 연주를 듣고 싶다 했더니

자작 음반을 건넨 것이다. 사실은 쇼팽 연주를 들어보고 싶었는데 자기는 러시아 음악 쪽에 취향이

있다며 이 곡을 내밀었다.

<콩클에 여러번 낙방해서...> 기가 죽어있던 그녀의 <종달새> 연주는 그녀 말대로 훌륭했다. 그래서

발라키레프 의 이 곡은 05년도 석달간의 러시아 여행에서 주제곡이 되어버렸다. 매일 컴포넌트에

그 음반을 걸어놓고 슬프고 고독한 이 곡을 들었다. 당시 내 마음도 이 곡 분위기와 같았다. 너무

쓸쓸해서, 너무 외로와서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여행을 떠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