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mnopedies No.1 느리고 비통하게
Gymnopedies No.2 느리고 슬프게
Gymnopedies No.3 느리고 장중하게
Erik Satie - Reinbert De Leeuw
Gymnopedies No.1
=
에릭 사티의 세개의 짐노페디.
드뷔시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
그냥 듣고 있으면 영원히 계속 될 것 같다.
그리고 가끔은 그 끝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서 조금 불안해지기도 하는 곡.
아주 고요하게 잠들어 있는데 좋은 꿈을 꾸는지 나쁜 꿈을 꾸는지 언제 깨어날지 알 수 없는 곡.
동화적이고 사색적이고 환상적이고 감상적.. 아니, 낭만적인가ㅎㅎ
그리고 이 곡이 익숙해지고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상당히 깨끗하고 깔끔하고 모던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곡.
위의 세 곡은 파스칼 로제Pascal Roge가 연주한 세곡의 짐노페디이고,
아래의 한 곡은 라인..버트... 베르트...뭐시기 드 리우De Leeuw가 연주한 짐노페디 1번.
곡의 길이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드 리우의 짐노페디는 듣다가 내 숨이 끊겨버릴 정도로 느리다ㅎㅎ
사티는 악보에 자신만의 독특한 지시어를 써 넣기는 했어도
특별히 따라 맞추어야 할 박자 같은 걸 정해놓지 않아서 연주자의 해석의 범위가 참 넓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같은 곡에 두배에 가까운 길이 차이가 날 수 있는 거겠지 아무래도.
드뷔시와 사티는 내가 스스로 '아, 좋다'라고 생각했던 첫 클래식 음악가들인데,
알고 보니 둘이 친구사이였고 드뷔시가 사티의 짐노페디 1번과 3번을 관현악으로 편곡해서 내기도 했다던데.
세간에서는 욕을 많이 먹었지만 사티는 드뷔시의 편곡 악보를 그대로 베껴가기도 했단다.
사람의 취향이라는 건 정말 무섭다니까ㅋ
그는
자신의 악보에 '물음을 던지듯이', '한걸음 한걸음', '사고의 저편에서', '혀 위에서' 같은 말을 적어 넣고
똑같은 검은색 벨벳 수트를 몇 벌이나 사서 낡을 때까지 바꿔 입어 '검은 고양이 신사'라 불리웠고
몇십장이 넘는 똑같은 손수건에 수십개의 우산을 가졌지만 우산이 비에 젖는 게 싫어 항상 비를 맞고 다녔고
단 한번의 연애를 끝으로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며
자신의 곡에 '말라빠진 태아', '엉성한 4개의 전주곡' 같은 특이한 제목을 붙였다.
이상한 사람.
아름다운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