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줄시 모음 ◈ ( 20편 ) / 청포 이동윤 作
- 만보(漫步) -
가는 길이 더디다고 조바심하지 말게
여태껏 지나온 길이 바쁘지 아니했던가
- 처방(處方) -
위급한 환자를 두고 따지지 말게
잘난 상식보다는 처방이 우선인 것을
- 순수와 고독 -
순수한 것에는
외로움이 따릅니다
- 귀로(歸路) -
어린 나방 한 마리가 온 방을 헤메인다
들어온 길로 나가면 될 것을
- 우화(羽化) -
지금 벌레로 기고 있음은
훗날 비상(飛上)을 위한 전조(前兆)가 아닐른지
- 존재(存在) -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 세월(歲月) -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아닐른지요
- 자연(自然) -
하늘에 물을 퍼올리지 않아도 비가 오듯이
누가 봐 주지 않아도 꽃은 절로 피지요
- 사랑 -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온 세상을 만나는 것입니다
- 도시의 하루 -
시간은 시계 속에 빙빙 맴을 돈다
삶도 어느새 시계와 닮아 있다
- 이해와 오해 -
오해는 씨앗이 야무지나 열매가 허하고
이해는 씨앗이 여려도 열매는 실하다
- 소우주 -
씨앗이 한개 툭 떨어졌다
그 속에 땅도 하늘도 별도 있다
- 상생(相生) -
나무가 물이 없으면 생명이 없고
물이 나무가 없으면 길이 없다
- 운행(運行) -
시작일 때 미루어 끝을 보고
끝일 때 되짚어 시작을 본다
- 썰물 -
하루에도 두번 씩 치부를 드러내는
바다! 그대는 위대하다
- 보물선 -
동트는 새벽 어둠을 벗으며 달려온 지하철
문이 열리면 터지는 석류알처럼 보석이 쏟아진다
- 무상(無常) -
새 것은
헌 것을 지향합니다
- 여유(餘裕) -
받는 사람은 늘 부족하고
주는 사람은 늘 넉넉합니다
- 대인(大人) -
위(位)가 높다하여 대인(大人)이 아닐테며
위(位)가 낮다하여 소인(小人)이 아니로세
- 역지사지(易地思之) -
이 쪽에서 해를 보고 웃을 때
저 쪽에서 달을 보고 우는 이가 있다
김인배-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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