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향기 문화예술 기획 작가탐방>
의자는 존재한다, 고로 이야기한다.
화가 정미영
기획전시전 “Mr. M & Ms. Double C”
소파처럼 인간친화적인 물체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나를 맞아주는 소파. 앉아서 쉬거나 때때로 누워서 짧은 잠을 청하거나 마치 내 몸에 꼭 맞춘 듯 편안하다. 어떨 땐 가족의 일원처럼, 고단한 몸을 다독여주는 오래된 친구처럼 우리 곁을 지키는 소파. 그 소파가 어느 날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화가 정미영 씨의 기획전시전 “Mr. M & Ms. Double C”에 등장하는 소파들은 분명 소파임에도 사람처럼 보인다. 우리는 왜 미처 몰랐던 것일까? 소파는 사람과 닮았다는 것을.
그림 속에서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소파.
이야기하는 소파를 정미영 작가의 전시전에서 만나 봤다.
글 | 홍유진
사진 | 지유석
협조 | 갤러리 정미소
162 x 130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07
“각진 모양의 권위적인 모습을 한 의자가 화면 중간에 자리 잡고 있는 작품
(소파 형태를 한) 의자는 화가 정미영 씨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혜화동 갤러리 정미소에서 오는 17일까지 전시되는 기획전시전 “Mr. M & Ms. Double C”에서도 정미영 작가만의 색깔이 그대로 드러나는 회화와 설치미술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표제작인
“제가 소파를 그리는 이유는 우선 소파가 사람의 형체를 닮았잖아요. 제 성격이 조금 소심한 편이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힘든 것들을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인 것 같아요.”
<믿지 마세요, 그녀가 말하는 것을>
162 x 130cm, Acrylic & oil on canvas, 2007
“화려하고 예쁜 옷을 차려입은 날씬한 여인이 무언가 주절거리며 말하고 있지만, 이중적인‘Ms. Double C’인 그녀는 수줍은 척하는 얌체와 같은 요조숙녀로 표현되고 있다. 노란색 바탕의 다양한 문양들로 가득한 이 의자는 마치 변덕스럽거나, 아니면 의심이 많거나, 혹은 신비스러운 어떤 캐릭터로 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녀는 하이브리드 설치작품들을 선보였다. 회화와 조형미술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까지 결합한 그녀의 작품들은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 속에서 색다른 환상을 선사한다. 이십여 년간 그림을 그려온 그녀가 늘 바랐듯 ‘그림 속에 들어가고픈’ 열망을 표현한 한 방법인 셈이다.
〈Consolation〉
Multi-media(beam projecting of digital moving image, sculpture, 2007
설치작품 동영상 보기 >> 클릭
그녀의 그림들에는 특이하게도 제목이 달려 있지 않다. 제목으로 그림을 읽으려 하는 관객들이 쉽게 범할 수 있는 우를 염려한 탓이다.
“그림은 언어가 아니잖아요. 보는 것이지요. 그냥 그림 자체를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중요한 게 아니고요. 그림을 그린 저도 관객과 같은 입장에서 그림을 보려고 노력하거든요.”
정희영 작가는 붓을 드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어떤 그림을 그릴지 알지 못한다. 손이 가는 대로 붓질을 하다 보면 어느 새 태어난 작품이 자신과 대화를 하며 서로를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창조해낸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력을 가지는 듯, 끊임없이 관객에게 그리고 작가에게 말을 걸어온다. 정미영 작가의 작품 속 의자들이 마치 사람처럼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이유다.
그냥 그림 자체를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화가 정미영 기획전시전 “Mr. M & Ms. Double C”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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