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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정미영

ㄹl브ㄱL 2008. 1. 20. 11:30

<사색의향기 문화예술 기획 작가탐방>


의자는 존재한다, 고로 이야기한다.

화가 정미영

기획전시전  “Mr. M & Ms. Double C”


소파처럼 인간친화적인 물체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나를 맞아주는 소파. 앉아서 쉬거나 때때로 누워서 짧은 잠을 청하거나 마치 내 몸에 꼭 맞춘 듯 편안하다. 어떨 땐 가족의 일원처럼, 고단한 몸을 다독여주는 오래된 친구처럼 우리 곁을 지키는 소파. 그 소파가 어느 날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화가 정미영 씨의 기획전시전 “Mr. M & Ms. Double C”에 등장하는 소파들은 분명 소파임에도 사람처럼 보인다. 우리는 왜 미처 몰랐던 것일까? 소파는 사람과 닮았다는 것을.

그림 속에서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소파.
이야기하는 소파를 정미영 작가의 전시전에서 만나 봤다.


   글 | 홍유진
사진 | 지유석
협조 | 갤러리 정미소





162 x 130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07


“각진 모양의 권위적인 모습을 한 의자가 화면 중간에 자리 잡고 있는 작품 은 40대의 한 남성으로 상징될 수 있다. 그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온 보수적이지만 외로운 존재이기도 하며, 그의 모습은 마치 지나온 시간을 회상하며 묵묵히 앉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파 형태를 한) 의자는 화가 정미영 씨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혜화동 갤러리 정미소에서 오는 17일까지 전시되는 기획전시전 “Mr. M & Ms. Double C”에서도 정미영 작가만의 색깔이 그대로 드러나는 회화와 설치미술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표제작인 과 <믿지 마세요, 그녀가 하는 말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의자는 그 자체로 특징적인 한 사람을 보여주는 듯하다.
 “제가 소파를 그리는 이유는 우선 소파가 사람의 형체를 닮았잖아요. 제 성격이 조금 소심한 편이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힘든 것들을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인 것 같아요.”







<믿지 마세요, 그녀가 말하는 것을>
162 x 130cm, Acrylic & oil on canvas, 2007


“화려하고 예쁜 옷을 차려입은 날씬한 여인이 무언가 주절거리며 말하고 있지만, 이중적인‘Ms. Double C’인 그녀는 수줍은 척하는 얌체와 같은 요조숙녀로 표현되고 있다. 노란색 바탕의 다양한 문양들로 가득한 이 의자는 마치 변덕스럽거나, 아니면 의심이 많거나, 혹은 신비스러운 어떤 캐릭터로 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녀는 하이브리드 설치작품들을 선보였다. 회화와 조형미술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까지 결합한 그녀의 작품들은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 속에서 색다른 환상을 선사한다. 이십여 년간 그림을 그려온 그녀가 늘 바랐듯 ‘그림 속에 들어가고픈’ 열망을 표현한 한 방법인 셈이다.




〈Consolation〉
 Multi-media(beam projecting of digital moving image, sculpture, 2007

설치작품 동영상 보기 >> 클릭



그녀의 그림들에는 특이하게도 제목이 달려 있지 않다. 제목으로 그림을 읽으려 하는 관객들이 쉽게 범할 수 있는 우를 염려한 탓이다.
 “그림은 언어가 아니잖아요. 보는 것이지요. 그냥 그림 자체를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중요한 게 아니고요. 그림을 그린 저도 관객과 같은 입장에서 그림을 보려고 노력하거든요.”
정희영 작가는 붓을 드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어떤 그림을 그릴지 알지 못한다. 손이 가는 대로 붓질을 하다 보면 어느 새 태어난 작품이 자신과 대화를 하며 서로를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창조해낸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력을 가지는 듯, 끊임없이 관객에게 그리고 작가에게 말을 걸어온다. 정미영 작가의 작품 속 의자들이 마치 사람처럼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이유다.





































“Mr. M & Ms. Double C”


 “그림은 언어가 아니잖아요. 보는 것이지요.
그냥 그림 자체를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화가 정미영 기획전시전 “Mr. M & Ms. Double C” 감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