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 여강 최재효
그의 눈물은 아직 파랗다
파란 눈물은 당분간 더 흐를 것이다
나는 그를 믿고 있다
남몰래 키우고 있는 그만의
심연(深淵)보다 더 깊은 슬픔을 슬쩍
훔쳐보고 집에 돌아와
수도승처럼 밤새 면벽을 해야 했다
어느 날 그가 눈물의
파란 구슬 서 말을 가지고 찾아왔다
세상에서 가장 슬프게 빛날
목걸이를 만들어 달라고 하였다
그가 파란색 구슬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차고 다니면
너무 단조로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나는 혈관에서 붉은 구슬를 뽑아
파란 구슬 사이사이에 끼워 넣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목걸이를 차고 통곡하였고
여전히 그는 나를 믿고 있다
당분간 한 사람은
벌거벗은 달마(達磨)가 되어야 한다
- 창작일 : 2008.07.08. 23:25
[주]달마 - 남 인도(印度) 향지국(香至國) 왕자로
중국 숭산(嵩山) 소림사에서 9년간 면벽
참선(參禪)하여 오도(悟道)하였다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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