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onata for Violine and Piano No. 9 "Kreutzer" Op.47
자료출처 : '클래식 명곡이야기' (아름출판사, 1993년 출간)
발췌자 : 김종현
Beethoven이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 중에서 가장 널린 알려지고 친근한 것이 이 '제9번'과 '제5번'의 2곡이다. '제9번'은 'Kreutzer', 그리고 제5번은 '봄'이라는 애칭으로 각각 알려져 있다. '봄'의 경우는 과연 봄을 생각하게 하는 2곡의 느낌으로부터 애칭이 붙여졌는데 대해 '크로이쳐'는 곡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이 곡이 헌정되었던 프랑스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크로이처의 이름을 따서 붙인 제목이다.
이 '제9번'은 '제5번'의 2년 후인 1803년에 작곡되었다. 결국 교향곡 제3번 '영웅'과 같은 해로서 이 무렵의 Beethoven은 인간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그 이전과는 다르게 스케일이 커졌다. 바이올린 소나타의 작곡상에도 그것이 명확히 나타나 있다. 큰 특색은 Beethoven 자신이 붙인 타이틀이 가리키는 것처럼 '거의 협주곡처럼 서로 겨루어 연주되는 바이올린 조주부(助奏付)의 피아노 소나타'로서 쓰여져 있다는 점이다. 요컨데 대부분 사람들은 바이올린 소나타라고 하면 바이올린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피아노는 반주를 맡는 식의 음악형태를 머리에 떠올리지만 Beethoven 이전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그것과는 반대로 주체는 피아노이고 바이올린은 단순히 조주의 역할만 하는 '바이올린 조주부의 피아노 소나타'였던 것이다. Beethoven 시대에는 이 두 악기의 관계가 점차 대등해져 왔으나 이 '제9번'에서 Beethoven은 바이올린 협주곡과 같이 바이올린이 피아노와 대등히 연주되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완성했던 것이다. Beethoven이 붙인 타이틀은 바로 그것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이 곡은 Beethoven의 건강상태가 좋았던 무렵에 작곡한 것인 만큼 전체가 당당한 내용의 작품이 되어 있다. 전부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제1악장은 변화가 뛰어나고 정열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훌륭한 곡이다.
출처
2.톨스토이와 크로이처 소나타
톨스토이의 ‘크로이처 소나타’라는 소설이 있지요. 포즈드니셰프라는 남자가 기차에서 만난 ‘나’에게 아내를 살해한 사연을 주저리주저리 털어놓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대사가 아주 많은 데다가 소설이 그닥 길지 않아서, 맘 먹고 손에 잡으면 금세 읽을 수 있는 중편(中篇)이지요.
남편과 다툼이 잦았던 아내는 바이올리니스트 트루하체프스키와 사랑에 빠집니다. 질투심에 눈 먼 남편은 결국 아내의 옆구리를 칼로 찌르고 말지요.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마음이 흔들렸던 아내, 그녀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답니다. 어느날 트루하체프스키와 파티장에서 함께 연주를 하지요.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를 연주합니다.
톨스토이는 전문가 뺨치는 실력을 가진 피아니스트였답니다. 그런데 그는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가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소설 속에서 포즈드니셰프의 입을 빌려 이 곡을 비난합니다. “이 소나타, 끔찍합니다. 음악이 영혼을 고양시킨다는 말은 거짓이라구요! 이게 어디 숙녀들이 앉아 있는 응접실에서 연주할 곡입니까?”
원문에선 더 장황하지만 분량을 조금 줄였습니다. 어쨌든 톨스토이는 ‘크로이처 소나타’를 ‘위험한 음악’으로 여겼던 듯합니다. 사람을 흥분시키고, 불륜을 부추기는 타락한 예술쯤으로 생각했던 것이지요. 이 소설은 톨스토이가 금욕주의를 설파했던 시기, 그의 나이 61세였던 1889년에 썼던 작품이라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겠네요. 어쨌든 톨스토이의 소설 탓에, ‘크로이처 소나타’는 ‘불륜 남녀를 파멸로 치닫게 하는 음악’, ‘치명적인 사랑을 부추기는 음악’ 등의 수식어를 얻게 됐지요. 어떠세요? 갑자기 이 음악이 궁금해지지 않나요?
베토벤은 10곡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남겼답니다. 그중 9번 ‘크로이처’는 5번 ‘봄’과 더불어 가장 사랑받는 곡이지요. 이 곡은 시작부터 격렬한 낭만성으로 들끓어요. 가슴을 온통 진동시키는 느낌으로 문을 엽니다. 간간이 온화한 선율이 섞이기도 하지만, 왠지 불안한 느낌이 유령처럼 떠돌지요. 반면에 2악장은 우아합니다. 특히 피아노 반주에 실린 두번째 변주, 32분음표로 쪼개지는 선율은 온몸의 솜털이 일어설 듯한 감흥을 전해줍니다.
마지막 3악장도 서주부터 격렬하지요. 톨스토이적으로 묘사하자면, 치명적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브레이크 없는 차를 타고 질주하는 격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추락하는 느낌으로 끝나지요. 그래요. ‘마지막’은 갑자기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 갑작스러운 마지막도 오래도록 쌓인 필연의 결과겠지요.
다비드 오이스트라흐가 피아니스트 레프 오보린과 협연한 음반(필립스, 1962)이 오래 사랑받은 수작(秀作)입니다. 오이스트라흐는 이 곡의 격렬한 낭만성을 두툼하고 에너지 넘치는 연주로 녹여내지요. 이자크 펄만과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협연한 음반(EMI, 1998)도 놓치기 아깝습니다. 바이올린보다 피아노가 더욱 열정적으로 연주를 이끌지요. 또 하나 권해드릴 음반은 바이올리니스트 요지프 시케티와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 아라우의 1944년 실황입니다. ‘뱅가드 클래식스’에서 발매된 이 음반에선 지글거리는 잡음이 좀 들려오지요. 하지만 60여년의 세월을 건너온, 또 다른 음악적 열락(悅樂)을 전해줍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4장의 CD에 수록했는데요, 가격이 저렴해서 부담없이 선택할 만합니다.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608231453591&code=9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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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크로이처는 프랑스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이름이다. 베토벤이 이 소나타를 그에게 헌정했기 때문에 이 소나타는 '크로이처 소나타'로 불린다.
베토벤은 원래 이 소나타를 바이올리니스트 브릿지타워에게 작곡하고 그에게 헌정하려 했다. 브릿지타워는 아프리카 출신의 아버지와 유럽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던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화려한 연주 스타일과 뛰어난 기교로 일찍부터 명성을 얻고 있었다.
베토벤은 그의 연주 스타일을 좋아해서 그를 위해 이 소나타를 작곡하여 함께 연주했고 연주회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당시만해도 그와 베토벤의 관계는 무척 우호적이었고 그 역시 베토벤을 음악적으로 매우 존경했던 것 같다.
그러나 여자 문제로 이들의 우정은 금이 갔다.
한 여인 때문에 서로 반목하게 됐다는 것.
그래서 베토벤은 1805년에 그의 새로운 바이올린 소나타를 출판하면서 어뚱하게도 이 곡을 바이올리니스트 크로이처에게 헌정하기로 마음먹었다.
크로이처는 당시 바요, 로드와 함께 프랑스 바이올린 악파의 삼총사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스피카토보다는 레가토를 선호했던 전형적인 프랑스 악파의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특히 정확한 인토네이션을 구사하는 뛰어난 연주자로 정평이 나 있었다.
베토벤과는 1804년에 교류가 있었는데 이때 베토벤은 그의 가식없고 자연스러운 연주에 큰 감명을 받고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 9번을 크로이처에게 헌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크로이처 본인은 이 소나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베토벤에 대해서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증언에 따르면 크로이처는 그에게 헌정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을 '난폭하고 무식한 곡'이라고 평하고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크로이처 소나타는 넓은 음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숨가쁘게 펼쳐지는 피아노 파트가 특히 화려하다. 너무나 화려한 나머지 바치 바이올린을 위협하듯 공격적이다. 그러나 바이올린 파트 역시 만만치가 않다. 바이올린은 불을 뿜듯 듯한 스타카토와 강렬한 악센트를 선보이며 피아노와 접전을 벌인다.
그래서 음악학자들은 이 곡이야말로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대등한 위치에 있는 진정한 의미의 듀오 소나타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이 곡의 초판본을 보면 "거의 협주곡과 같은 스타일로 작곡된 바이올린 오블리카토에 의한 피아노 소나타"라고 써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1악장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연인들의 싸움처럼 처절하고 비극적이다.
2악장 안단테는 격정적인 1악장에 비해 평안한 주제와 4개의 변주곡으로 이루어졌다.
3악장 프레스토는 '타란텔라' 춤곡의 약동하는 리듬의 맥박으로 숨가쁘게 진행된다. 본래 이 악장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6번 Op.30의 1번의 3악장으로 작곡된 것이었으나, 베토벤은 이 곡이 제6번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화려하다고 판단하여 크로이처 소나타의 3악장으로 재활용(?)하게 되었다.
-최은규(음악 칼럼니트스,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의 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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