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건강

1.신형(身形) ㅣ 동의보감 재해석

ㄹl브ㄱL 2009. 9. 1. 05:08

내가 한의학에 대해서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동의보감을 사다 읽은지 몇 년이 되었다. 그동안 여러 사람이 이 책의 한문원본을 번역하고 출판했기 때문에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동의보감 한글역본을 다 구해서 읽어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애초에 소망했던 것과 달리 읽으면 읽을수록 동의보감의 정체가 모호해지는 것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마침내 허준이 과연 오늘날 개념으로서의 의사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정도의 아리송한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동의보감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오늘날 현대의학자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지식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하나 둘 그 이상(?)한 내용들을 정리하다보니 재미난 이야기책 하나를 만들기에 충분한 분량이 되었다. 그래서 감히 동의보감 재해석을 시도(?)하는데 이것이 코메디를 능가하는 재미거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을 한편 아쉽게 생각한다. 단 마취과의사의 관점임을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 한다. 마취과의사야말로 동서양 의학의 차이 그 자체이니까 더욱 진기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론은 이렇다. ‘사람들은 한의사와 양의사를 비슷한 부류의 의사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의술의 근본이론이나 시술의 방법에 있어서 도저히 같은 부류로 볼수 없는 종류이다. 그 차이를 비유하자면 길쭉한 막대기와 원구의 차이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 아니하다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의사나 양의사나 또는 의료정책자들은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인용하는 동의보감 문장의 역본은 여강출판사 2001년 판이며 공역자는 조헌영, 김동일 외 10인 이라고 되어있는 책임을 밝힌다. )


1.신형

허준은 과연 해부학을 알고 있었을까? 동의보감에는 서문, 집례를 거쳐서 내경편 제 일권에 첫부분이 신형(신형)편인데 여기에는 신형장부도라는 해부학 그림이 한 장 나온다. 그 그림은 팔다리가 없는 인간형상의 도표 하나이다(이 그림은 곧 포토로그에 올리겠슴). 동의보감의 첫부분이 인체의 모양을 나타내는 그림으로 시작한 것은 대단히 올바른 것이다. 역시 의학서적의 기본적인 철학과 접근법은 동서양이 일치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본론에 들어가면 나는 웃지 않을 수없다. 자 그 그림을 보자. 먼저 동의보감에는 인체해부도가 이 작고 허술한 그림 하나 뿐임을 밝혀두고자 한다. 이는 적어도 내 생각에는 허준선생이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해서 무지했음을 방증하는 자료라고 본다. 허준은 이 한 장의 그림을 통해서 자신이 인간의 몸을 실제로 해부한 경험의 전혀 없고 또한 인간의 내부장기에 대해서 세밀한 관심을 가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먼저 이 그림은 한국사람이 그린 오리지날 원본이라기보다는 중국의 고대의서들 중의 하나에 나오는 그림을 필사한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 때문이고 (허준은 복희씨 때의 저작인 천원옥책으로부터 시작하여 명나라 때의 의방집약에 이르기까지 근 70여권의 중국의서를 참고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 그림은 중국의서에 나오는 그림중 하나와 극히 유사하다) 또 하나는 이 그림이 의학책의 해부도라기엔 너무나 조악하고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형장부도에서 인간의 척추뼈를 11개로 그렸는데 실제로 인간의 척추뼈는 천추의 꼬리뼈까지 낱낱이 셈하면 29개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약과이다. 인체 장기중에서 공간적으로 가장 넓은 부위인 흉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폐의 모양을 펜촉처럼 뾰족하게 그려 놓았고 방광과 신장을 분리하였으며 간과 쓸개의 대비도 너무나 비사실적이다.


 본문의 설명은 어떠한가. 인간의 몸은 기본적인 구조가 천지와 우주의 형상을 상징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늘에 사시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고 하늘에 오행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육부가 있고 하늘에 팔풍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팔절이 있으며 하늘에 구성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구규가 있고 ..... 하늘에 삼백육십오도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삼백육십오골절이 있으며...... 땅 위에 초목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모발이 있고 땅속에 금석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치아가 잇으니 이 모든 것들은 사대와 오상을 품부하여 임시로 합쳐셔서 형체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참으로 동양의학의 원리와 본질을 잘 말해준다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극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입증하는 그림과 수치와 계산이 없는 것은 극히 아쉽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하늘에 삼백육십오도가 있듯이 사람에게 삼백육십오골절이 있다’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골절이란 뼈마디인데 사방이 울퉁불퉁 뼈마디인 많은 뼈들은 과연 그 골절을 어떻게 계산하였는가 밝혀주지 아니하였다.

[출처] 1.신형(身形)|작성자 이터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