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대형사고, 지속적 폭행, 성적 학대로 인한 정신적 충격(트라우마)을 경험한 사람은 어른이 된 이후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합니다. 이런 경험을 가진 이들은 그렇지 않는 경우보다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8~10배 높다는 게 의학계 정설로 통한다고 하는데요.
왜 그럴까? 그렇게 되는 이유가 그동안 밝혀지지 않고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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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이처럼 풀리지 않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성인 우울증’으로 연결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내 국내외 의학계로 부터 주목받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동수·전홍진 (정신건강의학과) · 강은숙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그리고 미국 하버드의대 MGH병원 미셜런 교수팀 (정신과)입니다.
연구 결과는 ‘정신의학연구지 (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Impact Factor 3.827)’ 최신호에 실렸다 하네요.
삼성서울병원이 오늘[2012년 6월 4일]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의 경우 정상인과 달리 뇌신경 손상을 치료하는 이른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rain-derivated neurotrophic factor)’의 세포 내 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논문의 핵심입니다.
여기서 영어약자로 BDNF로 쓰는 이 인자는 뇌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인데요.
이는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 양쪽의 신경세포에 작용하고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성균관의대 교수팀은 연구 과정에서 ‘이 BDNF 혈중농도가 우울증 환자에게서 유독 낮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우울증 환자 105명과 정상인 50명을 대상으로 BDNF의 혈중농도를 검사한 뒤 트라우마와의 상관 관계를 분석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BDNF가 인체 내에서 정상적인 대사 작용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거고요.
연구팀은 “트라우마 환자의 경우 혈소판에서 BDNF 수치가 정상인 보다 높은 반면 우울증과 관련 있는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땐 되레 혈중농도가 낮게 측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혈액의 주요 구성물질인 혈소판내에선 BDNF 농도가 높지만 실제 혈액 내에선 BDNF 농도는 떨어진다는 얘깁니다.
이는 다시 말해 우울증 환자의 경우 BDNF가 세포내에서 외부로 이동하는 경로에 문제점을 지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혈소판과 혈액 사이 BDNF 농도차는 어릴 때 학대를 받은 경험이 많거나 충격이 클수록 더욱 두드러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예컨대 어린 시절 성적인 학대를 경험한 우울증 환자의 경우 BNDF를 활용하는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설명입니다.
이 사례에선 혈소판 내 BDNF 수치는 93.2pg/106platelets로 가장 높은 반면 혈중의 농도는 374.4pg/ml으로 다른 환자군 보다 현저하게 낮았다는 게연구팀의 얘깁니다.
이어 지속적 폭행을 당한 경우가 혈소판 내 수치 87.6pg/106platelets, 혈중 농도 394.2pg/ml으로 뒤를 이었고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의 사고 (교통사고), 폭언이나 방임과 같은 정서적 학대 순으로 드러났다고 연구팀은 전했습니다.
전홍진 교수는 “난치성 우울증의 원인이 BDNF의 세포내 문제라는 것을 규명함으로써 지금까지 치료가 어려웠던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경험한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가령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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