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와 과일, 육류 제품을 골고루 섞어 마요네즈나 드레싱으로 간을 맞추어 먹는 서양음식.’ 사전에 나오는 샐러드의 정의다. 뭉뚱그려 표현한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샐러드를 만드는 데는 정답이란 게 없다. 올 여름에는 좀더 특별한 샐러드에 도전해보자. 바로 삶은 곡물을 넣은 방법. 기존에 만들던 샐러드 레시피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아니니 염려할 것 없다. 자주 만들던 재료에 어울리는 곡물 한두가지를 보태면 된다. 여름에 먹으면 특히 좋은 곡물들이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보리와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는 팥,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한 검정콩, 열을 식혀주는 차조, 해독 효과가 있는 녹두 등이 그것. 이들 곡식은 ‘천연 복합 비타민’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식품이다.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이 매끈한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고집하는 것도 비만이나 고혈압, 동맥경화와 같은 현대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충분히 불린 곡물을 삶아서 익힌 다음 샐러드로 이용하면 되는데 더욱 맛있게 즐기려면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뺄 것. 곡물이 익으면서 표면에 묻어나는 찰기를 최대한 없애기 위해서다. 샐러드는 아무래도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관건이니까. 대부분의 곡물은 맛이 담백하고 순한 편이다. 그래서 다양한 채소는 물론 해산물과 고기, 다른 곡물과도 맛이 잘 어우러진다. 반면에 자칫 맛이 심심할 수 있는데 이럴 때는 드레싱을 잘 이용하면 문제 없다. 오렌지나 발사믹 식초, 요구르트 등을 이용한 드레싱을 이용하면 샐러드에 스타카토처럼 통통 튀는 생명력을 더할 수 있다.
여름철 샐러드로 이용하기 좋은 곡식 8 늘 먹는 벼는 4천 여년 전부터, 보리는 1만 년 전부터 재배되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인류를 먹여 살려왔지만, 고기나 해산물 등 다른 식재료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지는 ‘숨은 주역’이었다. 오늘, 곡물 샐러드로 곡식의 가치를 다시 한번 느껴보자.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곡물로는 흑미와 율무, 녹두, 강낭콩, 검은콩, 차조, 팥, 보리 등이 있다. 곡물을 샐러드에 이용할 때는 익히는 정도가 가장 중요하다. 너무 익히면 물러져서 샐러드 맛이 떨어지고 덜 익히면 음식이 아닌 ‘돌’을 씹는 맛이 된다. 처음 시도하는 곡물 샐러드, 성공하는 노하우.
1 천연 자양강장제 강낭콩 질 좋은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풍부한 강낭콩은 기력 떨어지는 여름철에 기운을 북돋우는 일등공신. 빨간색의 강낭콩은 샐러드에 넣으면 한결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햇것이 많아서 불리지 않고 곧바로 삶으면 되며 15~20분이 적당하다.
2 피로 해소에 좋은 팥 다른 콩과 식물에 비해 탄수화물이 풍부한 팥은 비타민 B1이 풍부해서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준다. 팥은 불리지 않고 넉넉하게 물을 부어 곧바로 끓이는데 첫 물은 버린다. 다시 물을 붓고 30분 동안 익히면 된다. 상큼한 유자드레싱에 제격이다.
3 예뻐지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검은콩 검은콩에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이소플라본이 풍부하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 껍질이 살짝 벗겨질 정도로 불린 다음 완전히 익혀야 콩 비린내가 없다. 살짝 으깨어서 샐러드에 넣으면 먹음직스럽다.
4 변비 걱정 없는 보리 보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지방 흡수율을 낮춰주고 장을 깨끗하게 하여 비만과 변비 예방에 효과가 탁월하다. 곡식 중에서도 유난히 쫄깃하고 통통 튀는 질감 때문에 레스토랑에서도 샐러드에 주로 넣는다. 이때 보리는 충분히 익혀야 제 맛이다.
5 부기 가라앉히는 율무 체내 수분이 원활하게 소통되지 못해서 쉽게 붓는다면 율무가 제격이다. 맛이 구수하고 토속적인 율무는 부추나 깻잎 등 한국적인 채소와 조화를 이룬다. 두 시간 정도 불린 다음 낱알이 살짝 투명해질 때까지 익힌다.
6 활성산소 없애주는 흑미 흑미의 짙은 보라색은 안토시안이라는 색소인데 세포를 파괴하는 활성산소의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현미보다는 부드럽고 도정한 쌀보다는 씹는 맛이 느껴지는 흑미는 샐러드로 이용하면 식감을 돋우고 고소함을 더한다. 찬물에 끓이면 색소가 빠져나가니 끓는 물에 삶도록. 부드러운 요구르트드레싱이나 크림소스드레싱에 잘 어울린다.
7 천연 해독제, 녹두 여드름이 났을 때 녹두를 갈아서 바르면 가라앉을 정도로 독성을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 통녹두는 30분 정도 삶고 껍질을 벗긴 녹두는 15분 정도 삶는다. 닭가슴살처럼 다소 뻑뻑한 식재료로 샐러드를 만들 때 부드럽게 익힌 녹두를 곁들이면 잘 어울린다.
8 열을 식혀주는 차조 찰기가 많은 곡식을 좋아한다면 차조 샐러드를 권한다. 메조보다 맛이 구수하고 찰기가 있는 차조는 체내의 열을 식혀주는 데 효과가 있다. 차조는 퍼지지 않게 먹어야 맛있으므로 10분 내로 짧게 익히도록 한다. 톡톡 씹히는 차조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오렌지드레싱 보리 샐러드 재료 불린 보리 5큰술, 발사믹 식초 1큰술, 루콜라·비타민·양상추·소금 약간씩, 슬라이스 햄 5장, 오렌지 과육 1개 분량 오렌지드레싱 오렌지 1/2개, 올리브오일 4큰술, 식초·레몬즙·설탕 1큰술씩, 다진 오렌지 껍질·소금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냄비에 물을 넉넉하게 부어 소금을 넣고 불린 보리를 푹 삶는다. 체에 밭쳐 물기를 없애고 발사믹 식초에 고루 버무린다. 2 루콜라와 비타민은 뿌리를 잘라 다듬고, 양상추는 한입 크기로 자른다. 손질한 채소를 얼음물에 담갔다가 체에 밭쳐 물기를 없앤다. 3 슬라이스 햄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4 믹서에 오렌지드레싱 재료를 넣고 곱게 간다. 5 접시에 채소와 오렌지 과육을 담고 보리와 햄을 올린 뒤 오렌지드레싱을 곁들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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