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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 양철지붕

ㄹl브ㄱL 2007. 12. 17. 22:18
초록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양철지붕
  
   새들이 날아와 양철 지붕을 밟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였습니다.
   하늘과 바다와 숲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는 시간입니다..
   이 눈 뜨임은 자연의 시간이며 우주의 시간이라는 것을 저는 느낍니다.




마당에 나와 날마다 조금씩 삭으며 바래가는 양철지붕을 바라 봅니다.
허물어져가는 흑벽돌이 그를 지탱하여 주고 있고 뒤틀린 나무들이 기둥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지붕 위에는 커다란 돌덩이들이 올려 져 있습니다. 자신의 무게로 날아오르지 못하는 돌덩이들을 보니
밀란 쿤테라가 이야기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양철지붕을 단단하게 지상에 붙들어 매는 것은 녹슨 못들입니다.

가끔은 양철지붕은 헐거워진 못들을 벗어나 바람을 타고 멋지게 비행을 합니다.
그러나 이내 추적한 할배 손에 붙들려 제자리에 박힙니다. 이번에는 단단한 대못을 칩니다.
아프게 박힌 자리에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삭아가고 있는 녹슨 못과 같이 살아지기를 꿈꾸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때문입니다.

*****   묵직함은 진정 끔찍한 것이고, 가벼움은 아름다운 것일까?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 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우리의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반면에 짐이 완전히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날아가버려 지상적 존재로부터 멀어진 인간은
기껏해야 반쯤만 생생하고  그의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
그렇다면 무엇을 택할까? 묵직함, 아니면 가벼움


- 밀란 쿤테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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