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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 연재소설] 너는 언제 외로우냐? - 5회

ㄹl브ㄱL 2011. 6. 30. 10:52

너는 언제 외로우냐? - 5회

 

송 영

 

 

아파트에서 툴스카야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불과 삼 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툴스카야 역은 도심의 환상선(環狀線) 깔쪼에서 고작 두 정거장 바깥으로 나오는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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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아주 낡았고 주로 하층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만 교통 사정은 좋은 편이다. 도심까지 불과 십 분이면 달려갈 수 있다. 하나뿐인 방에는 피아노와 미니 컴포넌트가 있고 이름 난 바이올린 연주가들의 각종 음반이 수십 장 진열되어 있다. 음악도인 방의 주인이 남겨둔 물건들인데 덕분에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나는 자주 음악 감상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파트는 사층인데 나는 공기 순환을 위해 뒤쪽 베란다 창을 종일 열어 두고 지냈다. 뒤편에는 으슥한 골목길이 있고 그 길 저쪽에는 큰 나무들이 드문드문 서있는 볼품없는 숲이 있다. 골목길에는 가끔 행인들이 지나가고 쓰레기를 거두어 가는 1톤 트럭이 들어와서 잠시 머물기도 했다.

 

해가 밝은 오전에는 유모차를 끌고 한가롭게 걷고 있는 근처 단지의 젊은 주부들도 눈에 띄었다. 해질녘이 되면 술을 거나하게 마신 행인이 혼자 무슨 말을 중얼거리며 비틀걸음으로 걸어가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주정꾼도 손에는 그날 구입한 식료품을 담은 손가방을 으레 하나씩 들고 있었다.

 

이 골목길 허공에는 전선 몇 가닥이 지나가고 있는데 낮에는 언제나 비둘기들이 네댓 마리, 때로는 수십 마리씩 전선 위에 떼 지어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끔 아파트 주방 창턱으로 날아와 앉아 있는 비둘기를 발견할 때도 있었다. 비둘기가 주방 창턱까지 날아온 이유가 음식 냄새 때문인지 혹은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바로 눈앞에 나타난 새가 언제나 반가웠다.

 

이방의 새들이 낯선 이방인을 낯가림하지 않고 찾아 준 사실이 고마운 것이다. 그런 새를 발견하면 나는 비둘기와 몇 마디 얘기라도 주고받을 것 같은 기대감에 설레면서 창턱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서서 손님의 동태를 살핀다.

 

만약 새와 대화가 가능하다면 러시아 말이 아니라도 서로 뜻이 통하지 않을까? 새들은 국적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기척을 느낀 비둘기는 내게 한 마디 인사말도 건넬 틈을 주지 않고 자기 친구들이 있는 전선 쪽으로 잽싸게 날아가 버리곤 했다.

 

‘먹을 걸 조금 마련해 두고 손님을 기다려야 할까?’

 

다음에는 새의 먹거리를 창턱에 놓아두고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조반으로 먹다 남긴 식빵 부스러기를 주방 창턱에 놓아두고 새를 기다렸다.

 

지하철역 부근에 있는 종합상가 건물 앞마당에는 정말 많은 비둘기들이 떼 지어 놀고 있다. 아마 수백 마리쯤 될 것이다. 그 부근에 먹거리가 풍부한 탓인지 새들은 살이 통통 올라 있다. 너무 살이 쪄서 뒤뚱거리며 걷는 새도 있다.

 

이 새들은 사람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빵부스러기나 과자 조각을 던져 주면 새들은 사람의 턱 밑까지 다가와 먹거리를 말끔히 먹어 치우고 천천히 물러난다. 새는 내가 먹이를 창턱에 놓고 주방에 머무는 동안에는 한 차례도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잠시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창턱에 놓아둔 먹이는 어느새 치워지고 없었다. 비둘기가 와서 먹고 돌아간 것이다. 나는 비둘기와 서로 말을 트는 데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