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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어 샤브샤브. |
직장에서 회식을 할 때면 보통 ‘고기’ 아니면 ‘회’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고기와 회는 우리나라 회식 문화의 쌍두마차로 오래 동안 군림해왔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회식이 있을 땐 ‘오늘은 고기일까? 회일까?’라는 틀에 박힌 고민과 예상을 한번 쯤 해봤을 테다. 여기서 말하는 고기는 주로 소고기나 돼지고기이며 회는 광어나 우럭, 가자미, 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회식메뉴로 좀 더 새로운 건 없을까. 물론 울산이 거의 원산지다시피하는 고래 고기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비싸서 적잖게 부담스럽다.
또 병영막창골목 등 막창이나 곱창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새롭지는 않다. 그런데 얼마 전 집 근처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된 놀라운 메뉴가 하나 있으니 바로 ‘문어샤브샤브’다.
문어로 샤브샤브 요리를 해먹는다고? 아마 십중팔구 그런 의구심부터 들겠지만 바다가 곁에 있는 울산에서도 문어로 샤브샤브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딱 한 군데 있다. 동구 방어동 화암추 등대 입구에 위치한 ‘문어이야기’가 그곳이다.
전국적으로도 문어샤브샤브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문어를 재료로 하는 다른 요리는 많지만 살아있는 문어가 통째로 들어가는 샤브샤브는 생문어를 구하기가 어려워 전문요리점을 차리기는 쉽지 않다. 이쯤 되면 요리방법과 맛이 궁금해진다. 쇠고기 샤브샤브가 그렇듯 문어 샤브샤브도 기본적으로 펄펄 끓는 물에 문어를 집어넣어 익혀먹는 건 같다. 다만 쇠고기와 달리 문어는 펄펄 끓는 물에 생문어가 들어간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이 집만의 독특한 육수가 펄펄 끓어 넘치면 살아있는 문어와 부추, 팽이버섯 등을 넣은 뒤 뚜껑을 닫고 다시 조금 더 끓이면 바로 먹을 수 있다.
맛은 어떨까. 신기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맛이 다양하다. 즉, 끓이는 시간에 따라 문어살의 맛이 제각각인데 익은 후 곧 바로 먹는 맛은 문어살 특유의 미끄덩하고 쫀득함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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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어샤브샤브는 생문어 한마리를 통째로 끓인다 . |
하지만 많이 끓이면 끓일수록 딱딱해지는 쇠고기와 달리 문어는 끓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살이 점점 더 연해져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입 안에서 녹는다. 특이한 건 그 정도로 연해지면 끝 맛에서 묘하게 마른 오징어 맛이 조금 배어나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고소하기까지 하다. 때문에 그날 기분에 따라 쫀득함과 연하고 고소한 맛 사이를 오가면 된다.
하지만 문어샤브샤브는 문어가 다가 아니다. 다리를 다 먹고 나면 머리에 들어 있는 먹물을 풀어 먹물 칼국수를 주문할 수 있는데 먹물이 몸에 좋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별미인 먹물칼국수 때문에 ‘샤브샤브를 좀 적게 먹을 걸’하는 후회를 하고 만다.
이처럼 맛도 좋지만 문어샤브샤브는 ‘보양식’으로도 만점이다. 문어에 가장 많이 들었다는 타우린은 체내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녹이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혈압이 높거나 심장병 등 순환기계 질병에 걸리면 민간요법의 하나로 문어를 푹 고아 먹기도 했다. 타우린은 또 간의 해독작용을 도와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며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뇨병도 예방할 수 있다. 아울러 시력회복과 빈혈방지, 변비 등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집 문어는 돌문어가 아닌 동해에서 잡아 바로 넘어온 ‘자연산 참문어’라서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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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초와 해물뼈로 끓여낸 육수가 일품인 먹물칼국수. |
문어뿐만이 아니다. 육수는 오가피와 헛개나무 등 9가지의 약초들과 해물뼈가 함께 삶겨서 만들어지는데 그 때문에 문어샤브샤브와 함께 먹는 술은 잘 취하지 않는다. 게다가 함께 들어가는 부추와 팽이버섯은 어떤가. 한마디로 ‘시원하고 개운한 한약탕’이란 말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회식을 위해 찾는 직장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렇다면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문어의 크기에 따라 다른데 2인 기준으로 대략 3~4만원 정도를 잡으면 된다. 문어의 크기에 따라서는 8~10만원까지 하는 것도 있다. 비싸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참문어가 귀한 점을 고려하면 감지덕지(感之德之)라는 말이 차라리 맞다. 실제로 문어가 없거나 온도조절에 실패해 죽어버리면 이 집은 아예 장사를 하지 않는다.
사장인 이정숙(49) 씨는 “저렴한 가격에 팔려다보니 사실 문어로는 남는 게 거의 없다”며 “대신 술이 많이 팔려야 유지가 된다”며 인심 좋게 웃었다.
이 씨가 문어샤브샤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친오빠 때문. 일찌감치 친오빠가 경북 구미시에서 문어이야기를 처음 시작, 보양식으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울산에서 차리게 된 것이다.
이 씨는 “친오빠가 동해의 어선들과 계약을 맺고 참문어를 공급해주고 있다”며 “웰빙 시대를 맞아 가맹점 오픈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참문어 수급량에 따라 맞추고 있는 실정이라서 전국적으로 13군데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육고기보다 해산물이 더 좋은 이유는 먹고 난 후의 느낌이 아닐까 싶다. 고기를 먹고 나면 포만감과 함께 왠지 체내에 쌓이는 느낌이지만 해산물은 몸으로 흡수되는 것 같다고나 할까. 물론 살다보면 고기가 당길 때도 있고, 해산물이 당길 때도 있지만 이번 회식 땐 좀 더 몸 생각해서 ‘문어샤브샤브’도 메뉴항목에 한번 넣어보심 어떠실런지. 문어이야기:233-1991
lucas0213@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