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보드

지게를 지고 4 / 초록의 공명에서 보낸 메일

ㄹl브ㄱL 2008. 8. 6. 23:43


논에 물고를 보고 올라오시는 국화 할배를 고개 언덕에서 만났습니다.
맨발의 흰 고무신, 손에 든 삽, 밀짚모자 그리고 등에는 지개가 져있습니다.


www.chorok.org


경운기 하나 없이 5 마지기 논과 1000여평 언덕 밭밭을 부치는 것은 할배와 할배의 지개입니다.
어느 때는 똥장군이, 어느 때는 거름이, 어느 때는 콩이나 고추가 할배의 지개에는 실려있습니다.
언덕에 앉아 쉬실 때도 지게는 할배와 거의 한몸이 되어 등짝에 붙어있습니다.
그렇게 70평생을 살아오셨고 그렇게 살아 갈 뿐 입니다.

    望鄕 -노천명 언제든 가리라.마지막엔 돌아 가리라.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아이들이 하눌타리 따는 길머리론 학림사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 등잔 심지를 돋우며 돋우며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둥굴레 산에 올라 무릇을 캐고 활나물 장구채 범부채를 뜯던 소녀들은 말끝마다 꽈 소리를 찾고 개암쌀을 까며 소년들은 금방망이 놓고 간 도깨비 얘길 즐겼다. 목사가 없는 교회당 회당지기 전도사가 강도상을 치며 설교하던 촌 그 마을이 문득 그리워 아라비아서 온 반마(斑馬)처럼 향수에 잠기는 날이 있다. 언제든 가리 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 모밀꽃이 하이얗게 피는 촌 조밥과 수수엿이 맛있는 고을 나뭇짐에 함박꽃을 꺾어오던 총각들 서울 구경이 소원이더니 차를 타보지 못한 채 마을을 지키겠네. 꿈이면 보는 낯익은 동리 우거진 덤불에서 찔레순을 꺾다 나면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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