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요리조리방

넷째 사위표 양파김치

ㄹl브ㄱL 2013. 8. 9. 16:24

얼마 전 시골에 홀로 계시는 장모님이 편찮으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날이 무더우니 식사도 제대로 못 챙겨 드셨던 모양입니다
최근 교사로 퇴임한 처형이 바로 처가로 내려가고, 일터를 비울 수 없는 아내는 전전긍긍입니다.
그러다 어렵게 일정을 비워 지난 주말 처가에 다녀왔습니다.

친정에 가기 전 아내는 엄마가 뭘 잘 드실까, 고민모드에 들어갑니다.
이미 처형이 내려가 있지만 평생 음식 한 번 제대로 해보지 않았으니 날마다 요리할 걱정이 태산일 것입니다.
일단 당장 드실 만한 것 몇 가지와 오이지, 양파김치를 담그기로 했습니다.

연로하셔서 몸을 움직이시기 힘들어도 사위가 주방 근처에 얼쩡거리는 꼴을 못 보는 장모님이십니다.
처가에 내려가서 뭔가를 해드리고 싶어도 늘 당신이 먼저 움직이시니 죄송한 마음이 컸습니다.
그동안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시간 날 때마다 준비를 했습니다.

장모님을 위해 준비한 넷째 사위의 양파김치 함 보시지요.


국내 최대의 양파산지인 무안에서 올라온 양파입니다.
큰 놈은 야구공의 1.5배나 되는 것 같습니다.
강화농장에서도 양파를 수확했지만 우리가 먹기에는 터무니없이 모자라 이맘때면 늘 무안에서 양파를 주문해 먹습니다.


양파의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습니다.
큰 놈은 가로로 한 번 자르고 세로로 두세 번 자르니 딱 좋습니다.
여름 무가 맛이 없기는 하지만 시원한 맛을 위해 무도 하나 양파 크기로 나박나박 썰었습니다.


커다란 다라에 소금만 솔솔 뿌려 살짝 절인 양파와 무, 버무릴 양념 채소들을 넣었습니다.
썰어놓은 양파와 무는 소금을 살살 뿌려 3,4십분 절이면 딱 좋습니다.
양념채소로는 3센티 길이로 자른 부추, 송송 썬 청양고추, 다진 마늘, 생강가루, 고춧가루를 넣었습니다.
여기에 멸치액젓을 넣고 잘 버무리기만 하면 양파김치 끝입니다
발효와 숙성을 위해 설탕을 한 숟가락 넣으면 더 좋습니다.


위생장갑을 끼고 살살 버무려주었습니다.
양파를 한 쪽 꺼내 맛을 보니 짜고 단맛이 딱 좋습니다.
익히지 않고 그냥 겉절이처럼 먹어도 되겠습니다.



처가에 들고 내려갈 것과 우리 먹을 것 구분해서 담습니다.
입맛을 잃으신 장모님께서 맛있게 드셨으면 하는 기원도 함께 담습니다.


하루쯤 상온에 놔두었다가 냉장고로 옮겨 다시 하루를 숙성시켰습니다.
들고 내려간 양파김치에 장모님과 처형, 모두 만족해 하십니다.
장모님과 친자매처럼 지내시는 이웃 아주머니도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 주십니다.

양파는 심혈관의 파수꾼이라 할 만큼 심장과 혈관에 좋은 식재료입니다.
양파에 들어있는 퀘르세틴이라는 항산화물질이 혈관벽에 들러붙은 나쁜 콜레스트롤을 분해하기 때문입니다.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질환 등 성인병을 염려하는 분들이라면 꼭 먹어야 할 식품인 셈이지요.
전문가들은 하루에 최소한 4분의 1통 정도 늘 먹을 것을 권장합니다.
우리는 양파김치뿐만 아니라 양파전, 양파장아찌 등이 자주 밥상에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