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母鄕 잡목 고요한 능선 아래 외로운 내 고향 갓말 담장 위에 걸린 호박넝쿨의 끝자락은 철모르고 푸른데, 길손을 맞는 개여울가 갈대가 이미 그 이삭을 틔우는 걸 보면서 떠나고 남는 순환의 이치에 가슴이 시립니다. 둥근 문고리에 찍혀 있는 지문들과 낡은 문설주에 선연한 문패 자국에서 마흔 두 해 전 당신 품을 떠난 그 날의 이별이 서럽게 떠오릅니다. 태산같은 나락 등에 싣고 돌아오는 누렁이의 풍경소리, 갓 삶은 여물을 옮겨 담는 구유에 김이 피어 올라서 수건 두른 당신의 머리 위로 사라지는 해거름입니다. 성급한 초저녁 별들이 뛰어 내린 것인지, 어느 창백한 손길이 들창을 여닫는지, 창호지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아직 당신에게 닿지 못한 마음 누르며 혼자 가는 이 길, 누가 길 저편에서 초롱불 밝혀 들고 어둠을 치며 걸어오는지, 내 마음의 둥근 문고리를 잡아당기는지, 가슴엔 그리움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릅니다. 오늘따라 당신이 무척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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