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음식 '가자미식해'를 담구는 법
함경도 음식 '가자미 식해'의 별스런 맛!
얼마 전 몇몇 화우들 모임에서
'가자미식해'에 대해서 화제가 된적이 있었다.
그 맛의 진미를 아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했더니 한두 사람은
먹어봤다고 하고 또 한두사람은 그게 무슨 음식이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
'가자미 식해'는 순 이북식 음식이다.
일종의 영양이 듬뿍 담긴 젓갈류이다.
함경도 함흥 태생인 나는 이 젓갈류를 매우 즐겨 먹는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가자미'란 생선을 토막내
무채와 좁쌀, 고추가루를 버무려 발효시킨 음식이다.
그런데 처음 먹어 본 사람들은 별 맛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몇번 먹어 본 사람들은 아주 쏙 빠져드는 사람도 있다.
특히나 주위의 친척들이나 아는 친지들의 성화에 우리 내외는
거의 희생정신으로 이 고된 노동(?)을 마다않고 매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20여일 전 주말 새벽 5시에 우리 내외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향해 차를 몰았다.
역시 수산시장은 휘황한 전등 불로 대낮같이 밝다.
생선 비린내가 코를 스치면서 여기저기서 아우성치는 삶의 전쟁터,
그 한가운데 들어 온 기분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런게 삶의 희열일까?
손바닥만한 크기의 노릿노릿한 참가자미를 물에 씻지 않고 그냥 손질한다.
식가위로 대가리와 내장을 짤라내고 지느러미도 제거한다.
감자껍질을 벗기는 기구로 가자미의 앞뒤 비늘을 깨끗이 긁어낸다.
소금으로 뿌려 4,5시간 절인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노릿노릿한 참가자미를 고른다.
우리가 먹는 양보다 남을 주는 양이 더 많기 때문에
가자미를 대략 200여 마리를 산다.
가정 집에서 담구는 것으론 엄청난 양이다.
생선가게 주인은 우리를 보고 식당을 하는 줄 안다.
메조(좁쌀)도 아예 이곳농산물 파는 데서 두되를 샀다.
소금에 절인 가자미를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는다.
사진으로 봐도 깨끗하다.
그리고 한나절을 꾸득꾸득하게 말린 후
다시 식가위로 한입에 먹기 좋게 토막을 낸다.
토막낸 가자미에다 굵은 파를 어스어슷하게 썰고,
마늘, 생강, 물엿, 구추가루를 듬뿍 집어 넣는다.
그리고는 고기와 함께 버무린다.
고기가 상하지 않게 잘 달래가며 버무리는 게 노하우란다.
가자미를 손가위로 대가리와 내장을 떼어내는게 가장 힘든 작업이다.
면 장갑을 끼었지만 손 부르트는게 매년 똑 같다.
내가 건네준 가자미를 아내가 받아 비늘을 제거한다.
벌써 몇해 째 하는 일이라 손발 척척 맞아 돌아간다.
하지만 잔소리는 여전하다.
내장을 덜 �어 냈다는 둥, 살점을 많이 짤라버렸다는 둥....
이런 타박을 받으면서도 나는 대꾸하나 변변히 못하면서 아내의 눈치를 본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양념에 버무린 가자미는 통에 넣어 며칠동안 숙성(발효)을 시킨다.
그 뒤 메조로 밥을 짓는다.
이 때 통 무우를 좀 굵게 5cm의 길이로 썬다.
무채를 써는 것은 내 몫이다. 그림을 그리듯 정확하다는 것이다 (아내 왈)
사진에서 보듯 일정하게 잘도 썰었다.^^
다시 아내의 차례다.
무채와 좁쌀 밥과 양념이배인 가자미를
큰 고무다라이에 한꺼번에 넣고 버무리기 시작한다.
옆에 있는 나는 소금, 고추가루를 아내의 명령에 따라 조금씩 붓는다.
가자미 식해를 한번씩 담그고 나면 한 이틀은 몸이 정상이 아니다.
아내는 버무리느데에 기운이 다하고
나는 고기 매만지는 것과 뒤치닥거리에 기운이 다 소멸되었다.
식해 버무리는 날은 둘다 모두 뻗지 않을 수 없다.
완성된 가자미 식해다.
여기저기 통속에 갈라서 집어 넣는다.
금년에도 식해는 성공적이다. 색깔이 예쁘게 잘 배합이 되었다.
색깔이 예쁘면 그 맛도 일품이다.
시식을 해본다.
고기는 벌써 숙성이 되어 뼈까지 익었다.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좁살과 모우채 그리고 고기까지 ....
속된 말로 '죽여준다'^^
이제 골고루 나누어 줄 일만 남았다.
아내는 배분하는데 솔직히 머리가 아프다고한다.
누굴 좀더 많이 주고 누굴 좀 적게 줘야하나? 를 고민하는 것이다.
물론 내 이웃친지들의 배분도 여기에 몇 %는 당당히 포함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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