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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제철 만난 '참가자미'

ㄹl브ㄱL 2008. 4. 5. 13:27
[맛] 제철 만난 '참가자미', 숨은 별미 놓치면 후회해요!

 
참가자미 물회
가자미 미역국
가자미 조림
뼈째썰기를 한 참가자미 회는 동해바다 깊은 곳의 맛을 고소하게 미각에 전해주었다. 봄 제철을 맞은 참가자미 요리는 회뿐 아니라 미역국 조림 매운탕 등으로 다양하다. 김병집 기자 bjk@

# 동해 바다 수심 200m의 깊고 싱싱한 맛
애초에 참가자미를 도다리 정도로 알았다. '봄 도다리~'라는 노래도 있고, 또한 완연한 봄이니 참가자미가 제철 음식으로 안성맞춤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여지없이 틀렸다. 아니 좀 형편을 봐준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누이 좋고 매부 좋아 크게 변죽을 울리면 도다리도 가자미과에, 참가자미도 가자미과에 나란히 속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참가자미가 참 까다로워, 풍랑에 배가 뜨기 어렵다는 12~2월에는 잘 잡히지 않지만 춘삼월 꽃피는 3월부터는 바다에도 잔잔한 바람의 봄이 오면 잘 잡힌다니 크게 보아 참가자미는 지금 3월의 제철에 속하는 먹을거리였다. 4월까지는 맛도 좋단다.

그 참가자미의 봄이 부산의 도심인 조방앞에 당도해 있었다. 조방앞이라면 근대도시 부산의 산전수전이 다 얽혀 있는 곳으로 나름의 깊숙한 정취가 있는 곳인데 그 정취의 한 쪼가리로서 이 일대는 제법 맛나는 집이 많은 곳이다. 그런 조방앞에서 나름대로 맛의 봄을 시방 이루고 있는 곳이 있었다. 낮 12시 30분, 감포참가자미횟집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새파란 동해의 수심 200m 깊은 바다에서 건져올린 싱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깊은 바다에 살기 때문에 참가자미는 양식이 없고 오로지 자연산뿐"이라는 말이 처음 귀에 들어왔다. 또 "수족관에 넣어 놓으면 3일밖에 살지 못하며, 8~9도의 차가운 물 온도를 맞춰주어야 하기 때문에 참가자미를 만지면 손이 다소 시릴 정도"라고도 했다. 참 까다로운 참가자미다.

얼음 위에 대나무 깔개가 놓였고 그 위에 다시 길게 썬 참가자미회가 올려졌다. 뼈째썰기, 이른바 '세꼬시'의 방식이란다. 참가자미회 절정의 맛은 지느러미 부분에 있었다. 섬세한 맛의 작은 알갱이들이 아삭아삭 소리를 내면서 입속에서 부드럽고 가냘프게 부서졌다. 지느러미를 이루고 있는 섬세하고 나란한 물렁뼈들이 빈 대롱처럼 저 마다의 소리와 향기를 뿜으면서 입속에서 고소하게 사라졌다. 이 지느러미의 맛에 취해 좀 더 달라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참가자미 물회는 감칠맛이 깊었다. 고추 무 당근 오이 깻잎 파 등의 채소 10여 가지와 어우러진 참가자미회가 그저그만으로 시원하고 알알해 자꾸 숟가락과 젓가락을 드나들게 했다. 알고보니 물회라고 그냥 물을 넣은 게 아니라 4가지 재료를 섞은 이집 비법 육수를 넣었단다. 감칠맛에는 제 나름의 길과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이런 물회는 처음 먹어본다"고 혀를 내두르는 이들이 종종 있단다.

가자미 미역국과 가자미 조림은 끓이고 조린 가자미 요리다. 활어가 아니기에 '참가자미'가 아니고 그냥 '가자미'다. 먼저 가자미 미역국이 전날의 과음으로 시린 속을 시원하게 감싸안았다. 속이 뻥 뚫렸다. "살을 풀어서 먹는 게 요령"이라며 주인 아주머니는 이렇게, 이렇게 하면서 숟가락으로 살을 으깨 풀어준다. 가자미의 흰 살이 지금 딱 철이 좋은 미역과 흑백으로 제법 잘 어울렸다. 구수했다. 대합 따위의 조개를 넣어 시원함을 가일층했는데 바쁘게 숟가락을 운전하다 보면 주당들 이마에 땀이 맺힐 게 뻔했다.

왜 사람들은 얼큰하고 매우면 고향 맛을 떠올릴까. 눈물선이 자극되기 때문이다. 가자미 조림이 얼큰하고 화끈했다. 맵싸한 것은 청량고추를 넣어 제 맛을 냈기 때문이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 같다"며 쉴새없이 숟가락을 놀렸다. 배 부른 봄날이었다. 부산은행에 다니고 있는 한 지인에게 물어보니 "감포 참가자미집은 점심 때 사람들이 꽤 가는 곳"이라고 했다.

참가자미회(4만~8만원), 참가자미 회정식·물회(1만원), 회덮밥(8천원), 가자미 미역국·조림(7천원) 등. 국제호텔 옆에 있다. 051-643-3187.

최학림 기자 theos@busanilbo.com


# 신기한 참가자미

참가자미가 신기하다. 가자미류는 마주 보면 눈이 오른쪽에 몰려 있다.

그런데 치어는 다르다. 치어 때는 머리 양쪽에 눈이 하나씩 달려 일반 물고기처럼 헤엄친다. 또 몸의 양쪽 색깔도 같다. 이때는 연안 근처에서 산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모든 것이 바뀐다. 먼저 눈이 머리 뒤쪽을 타고 돌면서 오른쪽으로 접근해 온다. 그러면서 몸의 색깔도 변하는데 눈이 있는 쪽은 보호색을, 눈이 없는 쪽은 흰색을 띤다. 사는 곳도 연안 근처에서 깊은 바다로 바뀌면서 바닥에 누워 살게 된다. 눈이 머리 뒤쪽을 돌아 한쪽으로 몰리고, 몸의 양쪽 색깔이 제각각 변하는 그것은 봄에 꽃이 피는 것처럼 신비일 것이다.

/ 입력시간: 2008. 03.13. 11:38